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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린다카테고리 없음 2013. 12. 21. 07:00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꾸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기도 하고, 꿈에서 예쁜 왕자님을 만났는지 방긋이 웃시도 한다. 그러다가 밤에 '쉬'를 하기 위해 울면서 깨기라도 하면 아이을 안아보는 횡재를 한다.
나는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기다린다.
아이가 잠시 미소를 짓는 그 순간, 내귀에 베토벤의 장엄미사에 등장하는 '바이올린 오브리가토'가 들려온다.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독주가 주는 영감들이 온전히 내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이다.
이쯤되면 병이라고 아내가 면박을 주지만 아랑곳하지 아넣는다.
아내는 내가 지혜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지 잘 모르는 눈치다.
아이가 아플때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지 잘 모르는 눈치다.
아이가 아플때 내가 보기엔 가벼운 후두염인데도, 혹시 아이가 숨이 막힐까봐 밤을 새우면서 다른 아이들의 부모를 떠올린다.
진료실에 낮아서 초조해하는 부모에게 나는 별거 아닌 양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일과성 후두개염은 하룻밤만 지나면 나아요.별거 아니니 걱정할 것 없어요 데려가서 약만 먹이시면 됩니다."
또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혈압을 조절하지 못하시면 "그러게 음식을 싱겁게 드시라고 했죠?"라고 퉁명스럽게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 딸아이 때문에 부모의 마음이란게 어떤건지 알것 같다.
내가 세상에 나서 저렇게누워있을때,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얼마나 나를 사무쳐 했을지 눈에 선명하고, 밤에 아이가 열 경련을 일으킬 때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애탓을지 알것 같다.
그래서 지헤는 내 스승이다.
나는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언제가 아이가 자라서 이 책을 읽게 되면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했는지를 알아줄 것이라 여기며 가슴 뿌듯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조만간 이 책을 손에 받아든 어미니가 아들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실지를 같은 크기로 생각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를 알지 못하는것이다.
올겨울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온천이라도 한번 다녀와야겠다.